[盧대통령 주변의혹 해명]"엄정중립 지켜야 할 대통령이…"

  • 입력 2003년 5월 28일 18시 46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북 비밀송금 사건에 대한 특검수사와 관련해 “남북관계를 해칠 만한 수사로 달려가지 않게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수사권 침해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초청 간담회에서 특검 문제와 관련해 “여야간에 합의 안 된 것이 어렵다(아쉽다). 남북 정상회담의 가치를 손상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민주당 송영길(宋永吉) 의원이 “(우리가) 노 대통령을 민 것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우리 민족이 민족 공존과 평화통일로 갈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검찰수사에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진행 중인 특검 수사의 방향과 결과에 자신의 ‘의중’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잘못이라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지적이다.

고려대 하태훈(河泰勳·형법) 교수는 “노 대통령이 최근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나라종금 수사는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특검 수사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았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이번 특검은 대통령이나 대통령 측근이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말이 가지는 권위를 생각할 때 특검 수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두환(宋斗煥) 특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희망과 걱정이 섞인 듯하다”며 “나도 그렇고 다른 국민들도 다같이 염려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김진재(金鎭載)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말 어이가 없다. 이는 대통령이 특검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노 대통령은 이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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