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인 땅도 '호의적'으로 거래됐나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20분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과 주변의 부동산 거래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에서 “거래 과정에서 다소 일반적 거래와 다른 호의적 거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호의적 거래’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청와대가 내놓은 자료에서 호의적 거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땅은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의 경기 용인시 임야 2만평이다. 이씨가 이 땅을 28억5000만원에 팔기로 계약을 하고 계약금 중도금을 받았다가 대선 직후 매매 계약을 해지하고 11억5000만원이나 비싼 40억원에 재매각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

첫 매수자가 2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내놓은 땅을 S산업개발이 노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65%나 비싼 값에 사들인 전후관계를 살펴보면 단순한 호의로 보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S산업개발과 이씨는 공동으로 이 땅에 사회복지시설 건립이 가능하냐는 질의를 용인시에 냈고 매매계약서에도 중도금 및 잔금은 도시계획 결정 후에 치른다고 돼 있어 용인시의 인허가가 땅을 비싸게 사준 조건이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S산업개발은 매매계약 체결 사흘 만에 이 땅을 담보로 농협에서 17억30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출이 이루어진 경위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거래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대출금 가운데 이씨에게 중도금으로 건넨 금액이 얼마인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새로 집권한 대통령의 측근이 소유한 땅을 6개월 전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에 사준 것을 호의적 거래라고 했다면 노 대통령의 인식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거래 내용에 비추어 현재 또는 장래의 대가를 기대한 거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노 대통령은 전 후원회장의 용인 땅 거래 의혹을 ‘비호의적’인 언론의 흠집내기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시민단체의 제언대로 공정한 조사를 수행할 여건을 갖춘 기구에 진상 규명을 의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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