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민주당측의 역공 배경에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란 생각도 깔려 있어 이래저래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만 커질 것 같다.
민주당측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변의 부동산 거래의혹에 대해 공세적 대응으로 전환한 표면적 이유는 노 대통령의 직접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특검 도입까지 거론하는 등 ‘발목잡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공격수로 나선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30일 “한나라당의 공세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전투구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수 없다. 정치폭로극이란 구태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적극 공세 배경에는 ‘부동산 정국’의 반전을 노리는 여권 핵심부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에는 최근 여권 핵심부로부터 “왜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공세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느냐”는 불만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직접 나설 수 없는 상황이 아니지 않으냐”며 “모처에서 사인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국민의 궁금증에 대해 진솔하게 해명한 것 자체가 큰 변화다. 이 문제로 더 이상 정치공방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한 직후부터 장 부대변인이 이틀째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요컨대 한나라당의 공세가 계속될 경우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구태 정치라는 비난을 무릅쓰고서라도 ‘물타기’를 통해 부동산 정국의 장기화를 막겠다는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李基明)씨의 경기 용인시 땅 매매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자칫 지난해 대선자금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이 갖고 있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부동산 자료 출처에 대한 의문은 또 다른 공방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장 부대변인은 “대선 때 확보했던 자료에 없던 의원들도 많다. 그 내용을 보면 전문투기꾼의 족집게 조언을 받았거나, 개발정보를 미리 빼낸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름대로의 정보망을 통해 제보 사실을 확인했다. 임야 대장까지 다 떼어 봤다”고 말했으나 한나라당측은 “국회의원 재산공개 때 국회 공보에 게재된 내용들로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일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한나라 "盧 보호해보려는 뻔한 수법"▼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제기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을 보호해 보려는 집권당의 치졸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배용수(裵庸壽) 부대변인은 “민주당이 2000년 이회창 당시 총재와 한나라당을 음해하기 위해 제기했던 케케묵은 사안을 또 끄집어냈다”며 “대선 과정의 각종 정치공작과 음해, 뒤집어씌우기, 물타기 등으로 국민을 속인 것도 모자라 또다시 저질공세를 펴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자 민주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반격에 나선 것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민주당이 발표할 내용에 새로운 것이 있다고 알려지자 자료의 출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 관계자는 “저쪽이 재산신고 목록에 전부 포함된 내용을 시기 규모에 상관없이 무조건 투기로 몰아가고 있어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비슷한 조건으로 화성, 용인, 행정수도 후보 지역 등에 땅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자료를 입수해 투기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투기 의혹의 당사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Y 의원은 “화성시 태안에는 부동산을 소유한 적도 없고 5대째 살고 있는 고향 판교의 73년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땅이 전부”라고 반발했다.
C의원은 “84년 회사가 양돈업을 위해 태안에 임야 8000평을 구입, 돼지를 키우고 있으며 그곳은 태안택지지구 밖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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