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신당파의 요청으로 소집된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주류-비주류측이 서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채 격돌했다. 그러나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하자 일부 당무위원들의 입에서는 자조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4시간 동안이나 계속된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욕설까지 주고받으며 신당의 이념을 놓고 색깔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비주류측은 이날 공방에 대비해 전날 밤 자리 배치와 발언 내용까지 사전 조율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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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주류측은 전날 최고위원회의 결정과 달리 신당추진기구안의 상정을 시도했다.
주류측 이해찬(李海瓚) 의원이 긴급 제안 형식을 빌려 “오늘 회의에서 신당추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하자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정말 (추진안을 상정)하는구먼”이라며 “지금 하면 조용히 안 될 것”이라며 은근히 압박했다.
신당의 당위성과 민주당 사수론을 둘러싼 논전으로 공전되던 회의는 비주류인 정오규(鄭吾奎) 부산 서구지구당위원장이 “탈(脫)호남, 탈DJ를 주장하려면 신당파 의원들이 민주당 깃발을 달고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에 출마해보라”고 신당파를 공격하면서 가열되기 시작했다.
정 위원장의 발언 직후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리모델링 신당으로 가면 공멸한다”며 비주류를 설득하고 나섰다.
이에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신당추진파의 ‘통합신당론’은 민주당 해체를 위한 위장전술”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신당파가 정치권 밖의 개혁세력들과 신당을 하자고 하는데(우리처럼) 이념이 다른 사람들은 결국 이질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며 “통합신당하겠다는 것은 기회주의”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박 위원의 발언이 20여분간 이어지자 천용택(千容宅) 의원이 “횡설수설하지 마”라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이윤수 의원이 “좀 들어 봐”라고 제지하자 천 의원은 “왜 나서냐”고 쏘아붙였고, 이후 “뭐야 천용택, 너 말 조심해”(이) “너나 조심해 임마”(천) “뭐 임마, 싸가지 없는 ××”(이)라며 난투극 일보 직전까지 갔다.
또 이해찬 의원은 “신당 논의하면서 색깔논쟁이 나오니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박 위원 같은) 이런 분이 최고위원으로서 당을 이끌고 있다는데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공박했다.
험악한 분위기는 끝까지 이어졌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회의 말미에 “신지역주의와 색깔론까지 나오는 것이 안타깝다. 구주류 여러분께 한 말씀 드리겠다”고 하자 김옥두(金玉斗) 유용태(劉容泰) 의원 등 전직 사무총장들이 일제히 “구주류가 뭐야. 사무총장 내놓고 말해”라고 성토하는 바람에 회의장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회의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자 천 의원 등 몇몇 주류측 의원들은 도중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청산을 앞둔 회사의 마감 절차를 보는 것 같아 살벌하다”며 산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 시작 때는 당무위원 83명 중 64명이 참석했으나 회의 말미에는 30여명밖에 남지 않았다.
민주당은 일단 다음달 2일 당무위원과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갖고 신당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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