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금홍섭/지자체 도박산업 잃는게 더 많다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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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전이 시끄럽다. 대전시가 경륜장 건설을 추진하겠다며 6월 중 문화관광부에 유치신청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이를 철회시키겠다고 나섰다. 최근 대전시의회가 시의 경륜장 추진에 동의하자 시민단체 중 하나인 대전 YMCA는 반대 의사 표시로 시에서 지원받은 청소년 공모사업 지원금 2520만원을 반납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와중에 시민들은 대전시가 발표하는 경륜장의 순기능과 시민단체 등에서 내세우는 역기능 사이에서 혼돈을 느끼고 있다.

시민단체가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도박산업이 가져다주는 폐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2003년 5월 현재 우리나라의 도박시설은 경마, 경륜, 경정장 등 5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 시설 대부분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몰려 있지만, 몇 해 전부터 부산 대구 대전 등 지방 도시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2, 3년 내에는 그 수가 80여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규모는 외국에 비해 결코 적은 것이 아니며 위해(危害)의 정도도 심각하다. 한국레저문화연구소가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우리나라 총레저산업에서 도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51.4%로 우리보다 경제력이 훨씬 우수한 일본의 26%보다 무려 2배가량이나 높다. 또 한국마사회가 지난해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공동으로 용역 의뢰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자는 300만명(성인인구의 9.3%)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보다 무려 4배가량 높다. 이러한 자료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도박산업의 실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대전시는 경륜장 유치의 근거로 막대한 지방세수(地方稅收)를 내세우고 있으며 ‘위험하다’는 공박에 대해서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저시설’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경륜장의 1인당 하루 평균 베팅 금액은 55만9000원으로 가족레저라고는 볼 수 없다. 또 가족과 함께 경륜장을 찾는 고객은 5.9%밖에 안 된다는 게 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대전시는 경륜장이 2006년 개장할 경우 연간 지방세수가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이 같은 희망이 실현될지도 의문이다.

대전의 경륜장이 개장되는 2006년이면 전국의 거의 모든 광역단체별로 도박장이 개설된다. 이미 개장된 경남 창원시 경륜장을 비롯해 △부산 경마장, 경륜장 △경북 청도군 우권장 △광주 경륜장 △경기 광명시 경륜장 △강원 정선군 카지노 등 전국 권역별로 1, 2개의 대형 도박시설이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경륜장의 세수는 현재의 전망보다 상당액 감소할 것이고 외지인 유치 또한 쉽지 않아 결국 지역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이 같은 부작용을 외면한 채 경륜장으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막연한 발상을 버려야 한다.

대전시는 도박시설 유치로 세수를 일시에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에서도 일본 등에서 도입하고 있는 ‘도박산업감독위원회’(가칭)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조사해 도박산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을 제안한다.

금홍섭 대전 참여자치시민연대 시민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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