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폭로와 언론 보도로 시작된 ‘건평씨 파문’이 이어지는 동안 이 사건에 직, 간접으로 연루된 사람 뿐 아니라 상당수 지역주민과 일반 사람들이 곤혹을 치렀다.
이 사건이 불거진 직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주민들은 밤낮없이 몰려드는 취재진과 ‘기관’ 관계자들의 방문으로 몸살을 앓았다. 3월초의 인사 청탁 관련 파문에 이어 두 번째인 셈. 건평씨가 자리를 피하자 그의 이력과 근황에 대한 질문이 주민에게 쏟아졌다. 이들은 ‘이웃’인 건평씨를 대체로 옹호했다.
50대 초반의 주민은 “뭘 더 파헤치겠다는 것이냐. (건평씨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다”며 한나라당과 언론에 불만을 표했다. 거부감을 넘어 적대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한때 노 대통령이 지분을 가졌던 진영읍 상가의 입점자들도 힘든 나날을 보냈다. 이들은 점포 건물이 신문과 방송에 잇따라 보도되자 “장사가 잘 안될지 모른다”며 손사래를 쳤다.
건평씨가 소유했던 ‘별장’이 위치한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와 건평씨가 4필지의 땅을 갖고 있는 사등면 성포리 주민도 불편을 겪어야 했다.
건평씨의 구조라리 땅과 별장을 사들인 태광실업 박연차(朴淵次)회장과 회사 관계자들 역시 기자들의 질문공세로 진땀을 뺐다. 건평씨나 그의 친인척, 지인(知人)이거나 거래관계가 있었던 10여명도 취재진과 숨바꼭질을 해야 했다.
김해와 거제시청, 등기소 등도 토지관련 서류발급과 인허가 절차를 확인하는 취재진을 응대하느라 홍역을 치렀다. 당사자인 건평씨는 줄곧 “억울하다”고 하소연했으나 그래도 그는 대통령 동생을 둔 ‘준 공인(準 公人)’이라는 위치에 있으니 야당과 언론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생활을 침해 받거나, 이름 석자가 오르내린 보통 사람들은 할 말이 많을 게 뻔하다.
더 염려스런 것은 일시 잠복한 이 문제가 수면위로 나와 그들을 또 괴롭힐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우리의 정치 풍토와 언론의 생리를 탓하는 여론도 있지만 의혹을 말끔히 털어내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다. 그들에게 다시 고통을 주지 않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건평씨 파문의 실체적 진실을 딱 부러지게 규명하는 일이다.
김해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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