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어로수역' "안전조업 보장”-“황금어장 황폐”

  • 입력 2003년 6월 4일 19시 49분


4일 오전 6시경 인천 옹진군 연평도 당섬 부두. 안개가 자욱하게 낀 부두에는 51척의 꽃게잡이 어선이 출어 준비로 분주했다.

출어에 앞서 그물 등 어구를 손질하던 어민들은 1999년에 이어 최근 다시 불거진 남북한 공동어로수역 사안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공동어로수역을 만들면 해마다 되풀이되는 남북한 긴장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의견과 전국의 꽃게잡이 배들이 몰려들어 황금어장이 황폐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팽히 맞섰다.

연평도 꽃게는 전국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올해는 꽃게 대풍(大豊)으로 35%를 넘을 전망이다.

이처럼 꽃게가 지천으로 널린 북방한계선(NLL) 주변 완충해역(레드라인)을 남북한 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들자는 일부 단체의 주장에 대해 연평도 어민들은 한편으로는 찬성하면서도 일부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꽃게를 둘러싼 대립 때문에 남북한 군(軍)이 인명피해까지 보는 경우도 발생해 남북한 공동으로 어장을 관리하는 방안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한 어민은 “중국 어선들이 배타적경제수역은 물론 NLL 인근에서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다”며 “남북한 공동어로수역의 지정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지난해 6·29서해교전으로 인해 막바지 조업을 못하는 바람에 꽃게잡이 어선 척당 5000만∼6000만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 특히 꽃게가 잡히지 않아 생계가 어려워지면 지선어장(지역어민들만 조업할 수 있는 어장)을 넘어 불법조업에 나서기도 한다.

일부 어민들은 남북한이 꽃게의 황금어장이라고 할 수 있는 NLL 주변 인근 완충해역을 공동어로수역으로 정하면 꽃게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어민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1999년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에서 남북한 공동어로수역을 추진하자 이 지역 어민들은 시위를 벌이며 반대했다.

당시 반대 이유는 해양부가 남북한 공동어로수역을 전국 조업구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기 때문. 그럴 경우 어장이 황폐화되기 때문이다.

소연평도 최동희 어민회장(54)은 “공동어로수역 지정을 위해서는 황금어장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완충해역을 전국 조업구역으로 개방할 경우 꽃게를 잡을 수 있는 어장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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