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밝혀 사회정의 추구 ▼
그래서인지 모르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자측에 의해 우선적인 개혁 대상으로 검찰과 언론이 거론되는 점도 공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권은 제도적 권력의 측면을 지닌 검찰에 대해서는 인사권을 수단으로, 시민적 영향력을 배경으로 한 언론에 대해서는 법적, 경제적 제재의 방법으로 개혁을 시도해 보았지만 타율적인 방법으로는 그 실질적 성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비슷해 보인다. 유신시대의 긴급조치나 국가보위입법회의 시절의 언론통폐합과 같은 초헌법적 발상에 일부 검사와 언론인 출신들이 ‘법률기술자’ 또는 ‘글꾼’ 격으로 머리를 빌려준 아픈 기억도 양 집단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그러나 업무의 성격상 또는 조직의 생리상 일부 공통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검찰과 언론은 기본적으로 상호 긴장관계일 수밖에 없다. 시민의 자유와 재산에 막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검찰권의 남용에 대해서는 법원과 더불어 언론이 가장 강력한 견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사나 공소제기와 같은 검찰권의 행사도 신문이나 방송이라는 거울을 통하여 국민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론의 광범한 영향력은 검찰권에 결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 거울이 오목거울이거나 볼록거울이 되어 사안의 실체를 왜곡되게 투영한 경우가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특검수사를 포함하여 검찰이 관련된 사건 수사보도가 어느 하루 빠진 날이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서울의 법원 검찰청사에는 130명 안팎의 기자가 거의 상주하면서 취재활동을 벌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검찰수사에 ‘언론 소비자’들의 수요는 대단히 크다. 여기서 당연히 부각되는 문제는 치열한 취재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나 인권의 보호와 같은 당연한 법치국가적 원칙이 모르는 가운데 잊혀지거나 실종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검사로 근무한 경험까지 보태 말하자면 다음의 두 가지 관행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폐습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추측과 전망보도, 즉 수사의 실제보다 앞서가는 보도의 적정성 문제이다. 수사는 증거의 수집과정이고 법이 부여한 준사법적 권능이다. 그런데 언론이 예컨대 압수수색 계획을 미리 보도하거나 수사가 미칠 인적 범위에 관하여 섣부른 예측을 한다면 우선은 공익을 위한 수사목적 달성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또 그 예측이 맞지 않을 경우 국민적 의혹과 불신이 가중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전문분야의 영역을 언론이 상식선에서 판단하는 위험도 따를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대신문에서는 그런 종류의 보도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권과 신뢰’ 버팀목 돼야 ▼
둘째, 구속된 피의자의 사진을 내보내는 것과 같은 초상권 인격권에 대한 무감각이다. 비록 피의자라고 할지라도 형사판결이 유죄로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는 것이 형사법의 대원칙인데도 검찰청사에 출석하는 피의자나 구속이 집행되어 포승에 묶인 피의자를 세워놓고 촬영하는 모습을 모든 국민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한 언론의 과잉경쟁과도 깊은 관련이 있으므로 언론사와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간의 신중한 협의와 적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검찰과 언론이 국민으로부터 더 깊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런 문제들만이라도 서둘러 지혜롭게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성진 객원논설위원·국민대 총장 sjchung@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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