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한 시민이 터널 벽에 설치된 소화전으로 불을 끄려 했으나 소방호스가 짧고 물줄기가 약해 불길을 잡지 못했다는 어처구니없는 고발도 나왔다. 그나마 정신을 바짝 차린 시민들이 인명구조에 나섰기에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니 공직자들의 자세나 국가 방재시스템이 시민정신보다도 못한 셈이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이후 정부는 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을 한다, 국가적 구난시스템을 갖춘다, 재난관리기구를 만든다고 부산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3월 4일 “예방관리에 대한 국가시스템과 재난처리 방식의 매뉴얼을 만들라”고 지시했고 6개 특별 광역시는 지하도로 화재 등 돌발사고시 조명 및 환기구의 적정성에 대해 안전점검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고 방재시스템은 가동되지 않았으니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국가행정에 중대한 허점이 있음이 드러난 게 아닌가.
정부는 안전불감증이 정부기관과 공무원의 문제임을 분명히 알기 바란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사안일 속에 숨은 관료주의’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 이후 서울시가 정전 원인을 규명하고 자동화재감지기를 설치하겠다고 뒤늦게 나섰지만 몇몇 관련자 처벌과 의례적 대책발표 뒤 또 흐지부지될까 두렵다.
국가재난관리 전담기구라는 관청 하나 설치한다고 국민의 안전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공복(公僕)의식부터 회복해야 한다. 대구의 비극을 계기로 안전공화국으로 거듭나라는 국민들의 바람을 기억한다면 제발 이따위 수준의 안전대책과 재난관리시스템은 몽땅 뜯어고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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