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이 통치행위론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국가를 위해 한 행위가 실정법에 위반되더라도 사법자제(司法自制)를 통해 이를 면책시켜주자는 것이 통치행위론의 기본구조"라며 "그러나 면책 여부는 기소를 통해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특검팀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포함해 사건 관련자들의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원칙대로 모두 기소한 뒤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 발언의 파장을 우려한 듯 "통치행위를 두고도 여러 견해가 있고 면책대상이 어디까지냐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다"며 "이는 단지 이근영(李瑾榮)씨 등 지금까지 이뤄진 기소와 관련된 설명일 뿐"이라고 발을 빼는 자세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또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나 기소 여부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특검팀의 이 같은 논리와 그 동안 특검팀이 엄격히 실정법을 적용해 온 점에 비춰볼 때 김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일각의 통치행위론에 따른 '예외'가 인정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검팀은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16일 오전 소환키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특검팀은 박 전 실장을 상대로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송금 사건 전반에 걸쳐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또 김 전 대통령에게 대북 송금 계획이 사전에 보고됐는지 여부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이날 또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을 소환해 김윤규(金潤圭) 전 현대아산 사장과 김재수(金在洙)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사장에게 대북송금을 지시한 경위와 2000년 3, 4월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에 참석했을 당시 북측과의 협상 내용 등 돈의 성격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날 김재수 사장을 다시 소환, 이 전 회장과 대질신문을 벌였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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