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개혁주체 조직’논란]공무원에 “코드 맞추라” 메시지

  • 입력 2003년 6월 14일 00시 17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3일 국세청 간부들을 상대로 한 청와대 특강에서 언급한 ‘정부 부처 내 개혁주체조직’의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특강에서 개혁주체조직의 성격에 대해 “대통령과 긴밀한 협조를 갖고 권세를 누리는 ‘하나회’ 같은 비선조직은 아니다. 정신적 가치를 함께하는 조직이다”고 설명했다. 어떤 실체가 있는 유형(有形)의 조직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도 “노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정신적 가치’라는 부분에 있다”고 말했다. 즉 공무원들에게 e메일이나 특강 등을 통해 자신의 국정철학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개혁코드’에 맞는 공무원들이 생겨나면서 이들이 공직사회 내부에 개혁을 이끌어갈 중심세력을 형성할 것이라는 뜻이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뒤집어 보면 공무원들에게 ‘내 코드에 맞추라’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노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자문교수인 성경륭(成炅隆·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 한림대 교수가 정부 법조 언론 등 사회 각 분야에 개혁적 인사 1만명을 양성해야 한다는 ‘1만 양병설’을 제기한 것과도 의미가 상통한다.

공직사회를 비롯한 주류사회 내의 지지기반이 취약한 노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초기에 이 같은 개혁세력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5년 임기를 쉽게 이끌어가기 어렵다는 취지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에도 공무원들에게 “바로 여러분이 개혁전사가 되어 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특강에서 공직사회 내의 개혁주체세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우선 9월 정기국회 이전에 자신의 국정비전을 전체적으로 밝히고, 대통령의 철학이 제도적으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감사원이 검증할 수 있도록 감사원의 감사체제를 기존의 공직기강 감사 위주에서 올해 안에 정책감사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

이처럼 새로운 감사시스템을 구축하고 나면 내년쯤부터는 감사원의 감사와 인사권을 통해 ‘옆길로 가는 사람’ ‘반대로 가거나 가지 않는 사람’은 공직사회의 중심에서 배제하겠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이어 “포상은 인사로 하겠다”고 말해 신상필벌(信賞必罰)을 통해 공직사회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노 대통령이 ‘개혁주체조직’을 강조한 데는 취임 이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을 둘러싼 교육계의 대립, 화물연대 파업 등 여러 갈등 현안이 불거졌을 때 정부 부처가 청와대 눈치만 보면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공무원 인사에서마저 ‘대통령 코드’를 강조하고 나설 경우 자칫 공무원 사회의 분열과 복지부동(伏地不動) 현상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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