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16일 특검 출두]'DJ 北송금 묵인' 밝혀질까

  • 입력 2003년 6월 15일 18시 53분


박지원(朴智元.사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16일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에 출두키로 함으로써 특검 수사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박 전 장관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대리, 의중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박 전 장관에 대한 조사는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는 물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박 전 장관이 대북송금 조성 및 과정을 김 전 대통령에게 보고, 암묵적인 승인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의외로 커질 전망이다. 대북송금이 정상회담의 전제 혹은 대가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데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에 대한 조사에서 총력전을 펼 계획이다. 지난 주말 조사 준비를 끝낸 특검팀은 박 전 장관 조사에 박광빈(朴光彬) 특검보는 물론 이례적으로 박충근(朴忠根) 부장검사, 박진만(朴珍滿) 이병석(李秉碩) 검사 등 4명을 대거 투입해 전력투구를 할 방침이다.

특검 수사팀은 박 전 장관을 ‘실무 총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한 마디로 박 전 장관이 대북송금의 최초 기획부터 송금 합의, 자금 조성, 송금 과정 등 모든 단계에 관여한 이 사건의 ‘핵심 중 핵심’으로 특검팀이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박 전 장관은 2000년 3, 4월 김 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 베이징에서 개최된 4차례의 정상회담 예비접촉에 참석해 북측과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으로 일찌감치 특검팀에 의해 지목되어 왔다. 그는 또 2000년 4월8일 남북이 정상회담에 합의한 뒤 같은 해 6월 정상회담 전까지 회담 준비를 위해 당시 임동원(林東源) 국가정보원장과 이기호(李起浩·구속)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참석한 이른바 ‘3자회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장관은 최근 2000년 5월 이 전 대통령경제수석에게 현대 지원을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현대가 무너져 제2의 대우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언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또 최근 변호인을 통해 “정상회담 과정에서 돈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으며 현대가 경제 협력 명목으로 얼마를 보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15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모든 사실은 특검에서 밝히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이를 감안하면 ‘김 전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렸던 박 전 장관이 특검 수사에 쉽사리 협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특검팀이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에 대한 공소장에서 밝힌 박 전 장관의 4000억원 대출 개입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특검수사에서 가장 지루하고 숨막히는 고비가 될 전망이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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