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혁주체’보다 ‘경제주체’에 힘을

  • 입력 2003년 6월 16일 18시 22분


각 부처에 개혁주체조직을 만들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이 그 일단을 드러내고 있다. 감사원이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대대적인 직무감찰에 착수한 것이나 국가정보원장의 대통령 직보가 재개된 것이나 모두 이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어 보인다. ‘개혁적 공무원들을 적극 지원하는 의미’라는 청와대의 해명 수준은 이미 넘어선 것 같다.

노 대통령은 경찰지휘관 특강에서 “무슨 편 가르기냐”며 언론보도에 불만을 나타냈지만 일선 공무원들 사이엔 현 정권이 지향하는 국정노선에 소극적이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가려내고 솎아내는 작업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무성하다. 한마디로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코드 점검이 진행 중인 듯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개혁주체 구축의 수단으로 인사권과 감사권을 거론한 것도 공무원들을 불안하게 한다.

역대 정권에서도 국정위기 때마다 이처럼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운 공직기강 확립이라는 처방이 곧잘 등장했다. 그러나 번번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자체 혁신이 아닌 타율정화의 내재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정치권 줄대기와 눈치 보기, 파벌화와 내부갈등의 심화로 오히려 국정의 활력이 위축되고 저하된 게 그동안 익히 보아온 실상이었다.

노 대통령의 말처럼 ‘살기 위해’ 그리고 잘되기 위해 개혁을 하는 것이라면 현실여건과 우선순위를 치밀하게 따져야 한다. 현 정부 출범 후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가뜩이나 숨 가빠하는 공직사회엔 채찍질보다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나라나 국민이나 살림살이가 힘겨운 이 시대 최고의 개혁은 경제회복과 민생안정일 것이다.

현 상황에선 개혁주체 구축의 효과부터 의심스럽다. 경제와 민생에 전념해야 할 정부가 구성원들을 주체와 객체로 구분해 역량을 분산시키는 것은 경제원칙에도 어긋난다. 그보다는 경제팀에 힘을 모아주고 모든 공무원이 경제마인드를 갖추도록 해 정부 전체가 ‘경제주체화’하는 게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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