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사誌 "北정치범수용소 워싱턴市보다 넓어"

  • 입력 2003년 6월 16일 18시 43분


미 시사주간지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최신호(23일자)에서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 잡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초기, 정찰위성 사진 판독 결과 북한 내의 한 수용소의 크기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북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강경책은 바로 이 같은 보고를 접한 뒤 굳어졌으며,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증오’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요약.

현재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된 인원은 20만명을 육박한다. 또 지난 30여년간 이 같은 수용소에 감금돼 갖은 고문과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다 숨을 거둔 사람의 수는 4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함경북도의 11호수용소에서 보초병으로 일했던 이영철씨(36)에 따르면 공포를 조장하고 저항을 막기 위해 수용소 내에서 집단처형 등이 공공연하게 집행됐다는 것. 일례로 한 정치범과 그의 가족들이 수용소를 탈출한 뒤 3일 후 붙잡혔는데 노모와 그의 아들은 교수형에, 3명의 어린 자녀들은 총살됐다. 시신들은 무단 방치됐고 1만5000명에 달하는 이 수용소의 죄수들은 지나갈 때마다 시체에 돌을 던지도록 강요받았다. 이씨는 시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겨져 나갔다고 증언했다.

또 임신부들은 자궁에 소금물을 투입해 강제로 낙태시키거나 이것이 실패하면 태어나는 즉시 태아를 질식시켜 죽이기도 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22호 혜령수용소에서 운전병으로 일하다 탈북해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안명철씨에 따르면 1991년 당시 자신이 근무했던 수용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죄수를 붙잡을 경우 당장 대학에 보내준다는 지침이 떨어졌다.

자신의 동료였던 한 보초병은 5명의 죄수를 속여 철조망을 넘으라고 했다. 속임수에 넘어간 죄수들이 철조망에 기어오르자 그는 계획대로 무차별 총격을 가해 이들을 사살한 뒤 결국 대학에 갔다는 것.

수용소로 끌려온 이들 대다수는 김정일의 사진을 깔고 앉았거나 외국 라디오 방송을 몰래 듣다 적발되는 등 매우 사소한 실수를 범한 사람들이다.

이 같은 참상은 부시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고 직감적으로 생각했던 그에게 (자신의 정책 방향에 대한) 확신을 준 것으로도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을 증오한다. 북한의 거대한 수용소들은 가족을 분열시키고 무고한 이들을 고문하는 곳이다”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과 사석에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 샘 브라운백 공화당 상원의원(캔자스)도 “김정일을 제거하려는 부시 대통령의 결단은 바로 김정일 정권이 북한 주민들에게 가하는 학대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정치범수용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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