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일시적 폭력엔 유연하게 대처"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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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불법 파업에 대해 모두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는 말이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공권력 투입은 국민의 신체나 재산, 생명이 급박한 위기를 당할 때 필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전국 46개 지방노동관서의 근로감독관 178명을 초청해 가진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조폭’처럼 조직화된 폭력이라면 원칙을 갖고 뿌리를 뽑아야 하지만 일시적인 폭력이라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맞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집단행동에 대해 무조건 온정적으로 대화나 타협만 하거나 원칙대로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과 원칙이 공권력 투입과 같은 말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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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3일 조흥은행 파업 결과와 관련해 “불법파업이라도 대화와 타협은 선행돼야 할 절차”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의 ‘불법과의 타협’ 발언은 철도노조 파업, 한국노총 총파업,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 파업 등 앞으로 줄줄이 잡혀 있는 이른바 ‘하투(夏鬪)’와 관련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이날 조흥은행 노사협상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수배 중이었던 허흥진(許興辰) 조흥은행 노조위원장이 협상테이블에 앉은 것에 대해 “(수배자는) 노조원 6000∼7000명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을 빼고 누구와 사인을 하겠느냐”며 “문제를 순조롭게 풀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불법파업은 좀 더 엄격히 대처해야 하겠지만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법파업이라도 대화와 타협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영장이 발부된 조흥은행 노조 간부들은 사법 당국에서 법대로 처리할 것”이라며 “다만 사법처리 문제는 파업과정과 협상진행 상황, 은행정상화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경중을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에서 정부는 ‘법과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면서 “(정부의 중재로) 파업이 종료되지 않았으면 월요일부터 전산이 다운되고 금융대란이 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주엔 “조흥은행이 파업해도 전산망은 비상인력 동원으로 문제없이 가동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에 대해서는 “조흥은행 전산시스템의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며 정부의 준비부족을 인정한 뒤 앞으로 기술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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