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당국은 국회에 제출한 노선 평가 자료에서 이르쿠츠크(러시아)∼선양(瀋陽·중국)∼다롄(大連·중국)∼서해해저∼평택(한국)을 연결하는 서해해저노선이 이르쿠츠크∼선양∼다롄∼북한∼평택을 연결하는 북한 통과 노선보다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정부 당국은 보고서에서 “산업자원부 주관 하에 국내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이 공동으로 경제성을 조사한 결과 서해노선이 △투자비가 저렴하고 △운영비 절감효과도 있으며 △안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평가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 통과 노선은 △가스공급 통제권의 상실에 대한 우려 △투자비와 운영비의 과다 소요 △북한의 참여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 및 사업의 복잡화 등의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중국이 당초 몽골을 경유해 베이징과 산둥반도를 연결하는 노선을 검토함에 따라 최단거리인 산둥반도∼평택을 연결하는 서해해저노선을 검토했으나 중국이 방침을 바꿔 몽골을 우회하여 만주를 통과하는 동북부 노선을 확정하자 북한 통과 노선과 서해 노선을 놓고 타당성 조사를 벌여왔다. 정부는 조만간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이 만든 공식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노선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보고서를 채택하면 3국 정부는 이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선 시베리아 가스관의 북한 통과 노선을 북한 핵문제 해결카드의 하나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최종 결정이 관심을 끌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천연가스 지원 문제는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다”며 “남북문제,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남북 관계가 잘 풀려야 실행된다. 이것이 남북문제를 푸는 결정적 지렛대라고는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노선 결정을 놓고 고심 중임을 시사했다.
시베리아 가스관 개발 및 연결사업은 1999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방러기간 중 한국의 참여의사를 표명하면서 시작됐고 2000년 11월 한-중-러 3국간 ‘타당성 조사 추진 협정’을 체결한 뒤 본격화됐다. 이후 올 4월까지 5차례의 3개국 공동조정위원회를 개최하면서 노선 확정작업을 벌여왔다.
시베리아 가스관 사업은 한-중-러 3국이 이르쿠츠크 가스전(매장량 8억4000만t)을 공동 개발하고 가스관을 부설해 2008년부터 연간 700만t을 국내에 반입하도록 되어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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