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대해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매우 격노했고,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며 “사표 수리는 강한 문책의 의미와 함께 비서실 전체 직원에 대한 경고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공직 인사에 관한 한 잦은 교체나 문책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 왔다.더욱이 이번에 사표를 수리한 3명은 모두 지난해 대선 때부터 정책자문을 해왔고, 취임 이후 자신이 제시한 핵심 국정과제 추진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인물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자신의 손으로 임명한 공직자 중 첫 ‘사표 수리’라는 강경 조치를 취한 것은 방치할 경우 내년 총선에 출마할 비서관들의 기강 해이까지 겹쳐 ‘모럴 해저드’가 확산될 것이라는 현실적 위기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한편 청와대 안팎에서는 잇따른 근무기강 해이 사고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다.
노 대통령이 강조해온 ‘탈 권위’ 행보가 청와대 직원들에게 왜곡돼 전달되면서 오히려 ‘나사가 빠지는’ 조직이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안이했던 상황인식이 청와대 직원들의 ‘느슨해진 나사’를 더욱 풀어준 측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노 대통령은 실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문이 쓸 것은 안 쓰고, 미국에 간 대통령이 전화한 것을 청와대 당직이 안 받은 것을 문제 삼았다”며 청와대 기강 해이를 지적한 언론에 오히려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여기에다 새 정부 들어 대통령비서실을 정무라인, 정책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3개 파트로 나누면서 과거 비서실장이 챙겼던 청와대 안살림을 꼼꼼하게 챙기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이번 사태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대통령 참모 중에 조직생활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비주류 운동권 출신이 많다는 점을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새 사람들이 청와대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청와대와 핵심 실세들이 혼란과 위기의 진원지라는 게 더욱 문제”라면서 “현 정부의 국정운영은 ‘시계추 정치’”라고 비판했다. 배용수(裵庸壽) 부대변인은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연이어 사고만 치고 있다”며 관련자 징계와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사진유출 사진사 직권면직▼
청와대는 25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국가 기밀사항인 국가정보원 간부 사진을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유출한 청와대 전속사진사 서모씨(7급)를 직권 면직했다.
또 문제의 사진을 인터넷에 띄운 ‘오마이뉴스’측에 대해서는 현재 출입등록 기자 2명(취재 1명, 사진 1명)을 교체할 것을 회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홍보수석실 간부에 대한 징계 문제는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서씨에 대한 징계 사유로 “고의성은 약하지만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특정언론에 사진을 제공한 것을 과실로 판정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내달 2일 근무기강 확립을 위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대통령비서실 전 직원 조회를 가질 예정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