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정부 스스로 ‘목적이 좋으면 그를 위한 수단과 방법은 아무래도 된다’식의 정책을 폄으로써 민주사회의 기본 원칙인 절차적 적법성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제성호(諸成鎬·법학) 중앙대 교수는 “DJ와 그의 핵심 참모들은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국민의 혈세를 쓰면서 국민의 동의를 받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변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DJ 정부 사람들이 대북 비밀 송금 사건을 정권 말기까지 숨겨온 자체가 그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남북화해협력을 위해 절실한 문제였다면 국민의 지지를 구해 남북협력기금 같은 적법한 돈으로 지원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둘째, 햇볕정책의 기본 원칙 중 하나였던 정경분리 원칙이 허구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DJ정부는 정치적 문제로 남북경제협력이 타격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정경분리 원칙을 강조해왔다. DJ 정부는 특히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해 현대에 대한 특혜 지원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정경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며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번 특검 조사로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금 1억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DJ 정부와 현대가 ‘검은 정경유착’을 해왔음이 드러났다.
셋째, 햇볕정책의 도덕성을 가장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거짓말’이라는 지적이 많다.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10월 5일 국회에서 “남북정상회담 대가나 남북문제를 고리로 해서 북한에 1달러도 준 사실이 없다”고 했다. DJ와 그의 핵심 참모들, 그리고 현대측 고위 관계자들 모두 “남북경협사업의 대가”라는 주장만 되풀이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DJ가 집권 기간 내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대화가 가능한 지도자’라고 강조하다가 대북 송금 사건이 불거지자 ‘북한은 반국가단체’라며 통치행위론을 편 것 자체가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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