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시민단체(광주 YMCA 사무총장) 출신인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보좌관이 접수한 민원을 ‘우선 처리대상’으로 꼽고 있다는 점에서 선정기준과 형평성을 둘러싸고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1999년 12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지금까지 총 4962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고 이중 74명에 대해서는 1차로 총 60억5000만원을 지급한 바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이중보상’이라는 비판론도 제기될 수 있다.
정 보좌관은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다가 깔려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다친 사람들은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국가 차원에서 챙겨줘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정 보좌관은 또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 중에서는 한명숙(韓明淑) 환경부장관이나 나처럼 잘 된 사람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황폐화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며 이 같은 방안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민주화운동 출신자들 중에는 실제로 정 보좌관에게 이력서를 들고 오거나 면담을 요청하면서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보좌관은 “내가 보관하고 있는 이력서만 300여통인데 대부분 사정이 딱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물론 청와대가 노 대통령의 최종결재를 받아 ‘보훈적 배려’ 절차를 밟아 나갈 때는 구체적 선정기준을 마련하겠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현재까지 수집한 ‘정찬용 파일’을 중심으로 대상자들을 결정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다른 의미의 ‘정실주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낸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국가가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공로를 인정하고, 이들을 배려하겠다는 기본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현재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른 보상절차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조치는 법치행정에 위배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른 보상과 별도로 청와대가 국민적 합의나 공감대없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법치주의를 저버리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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