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월 24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정치적 언급을 자제해온 김 전 대통령이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제1야당 대표의 예방을 거절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뚜렷한 ‘정치 행위’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면담 취소의 배경을 다각도로 주시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최 대표가 15일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DJ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사실을 알고도 대북지원을 계속해온 것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악이자 이적행위”라고 비난한 데 대해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정(金漢正) 비서관은 17일 “합리적 정국운영을 공언해온 최 대표의 최근 행보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전직 국가원수를 ‘이적행위’ 운운하며 비난한 것은 정치지도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다”라는 말로 동교동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고위관계자는 또 “북한의 고폭실험 관련 정보는 미국측에서 주로 제공한 것으로 한미 정보기관간에 긴밀한 정보협력을 해온 사안이다. 미국측은 이를 핵무기 개발과 직접 연관짓는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고폭실험을 그토록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빌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식량 지원을 비롯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을 기울였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의 면담 거부에 대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기념행사 직후 기자들이 “다시 방문을 시도하겠느냐”고 묻자 “시도는 무슨,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나라당은 그렇지만 김 전 대통령측이 최 대표의 북핵 관련 발언을 문제삼은 데 대해선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이와 관련,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고폭실험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북핵개발 및 고폭실험 문제에 대한 전·현 정부의 은폐 의혹과 책임 추궁은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박진(朴振) 대변인도 “98년 4월 한미양국이 북한의 고폭실험 사실을 확인했고 그 이후 수십차례 실험이 계속됐다”며 “북한이 무슨 돈으로 그런 실험을 하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고 대북 송금한 것은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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