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회계법’ 내용 국내 첫 공개

  • 입력 2003년 7월 18일 20시 24분


북한 당국이 올 3월 제10기 6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해 시행 중인 ‘회계법’ 전문이 한국에 공개됐다.

KOTRA가 재외 공관을 통해 입수한 이 법안은 7·1경제관리개선조치에 이어 올 3월부터 경제 개혁의 단계로 접어든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우선 기관과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예산 제약을 고려하면서 효율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도록 하고 독립채산제 완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회주의 경제의 특성이자 고질적 문제점인 ‘연성예산제약(soft budget constraint·경제 주체들이 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자원 등을 낭비하는 현상)’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양문수(梁文秀)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국가와 기업은 부자(父子)관계와 비슷해 온정주의적 색채가 짙다”며 “기업은 예산을 낭비한 뒤 여러 채널을 동원해 국가에서 예산을 더 타 낼 수 있기 때문에 예산에 제약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의 쇠락 이유는 ‘연성예산제약’ 현상이 낭비와 비효율을 낳고 결국 ‘부족의 경제’를 초래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회계법은 회계보고와 결산보고를 통해 이런 낭비와 비효율을 철저하게 막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법 1조는 “경제활동의 재정적 이익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목적을 밝혔다.

기업의 회계 및 결산보고는 지방재정기관 중앙재정기관에 의해 엄격한 심사를 받게 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를 낸 ‘기업소’ 지배인들과 우수 지배인들을 뚜렷이 구별짓게 했다.

회계보고서를 고의 또는 과실로 잘못 작성한 사람은 모두 직위해제된다.

한편 법 26조는 “기관과 기업 및 조직들은 자본 이용과 보존의 효율성 및 경제활동, 예산활동, 통화흐름, 외환수지, 국제수지 등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고 규정해 시장경제적 개념과 자본주의 경제 상황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것을 의무화했다.

8조 역시 “국가는 재무회계 분야에서 외국 및 국제기구들과의 교류 및 협력을 발전시킨다”고 규정했다.

또 유명무실했던 은행의 기능이 강조되고(14조) 재무회계 감사 권한을 지방에 둠으로써(31조)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의 분권화조치도 포함됐다.

남성욱(南成旭)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 85년 채택한 회계법 내용을 상당 부분 도입한 획기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신지호(申志鎬)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은 “어떻게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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