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대화기회 더는 놓치지 말아야

  • 입력 2003년 7월 20일 18시 27분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희망적인 소식과 불길한 뉴스가 뒤섞여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의 적극 중재로 머지않아 북핵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으나 위기를 고조시키는 변수 또한 만만치 않다. 북한이 ‘제2의 비밀 핵시설’을 건설했을지도 모른다는 19일자 뉴욕 타임스의 보도만 해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현재 상황은 남북한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들이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분수령에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성급하게 대화국면 또는 위기국면으로 규정하는 대신 유연하게 처신하면서 해결의 기회를 포착하는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큰 틀에서 보면 북핵 위기를 대화로 풀려는 시도는 우리 정부를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등 국제사회가 주도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노력은 한미 미일 한중 지도자의 연속 정상회담, 북한과 미국을 상대로 한 중국의 중재외교를 거쳐 드디어 ‘북핵 회담 재개’라는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북핵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한곳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 걱정이다. 폐연료봉 재처리, 비무장지대(DMZ) 총격, 미사일부대 추가배치에서 북한의 대화 메시지를 읽을 수는 없다.

북한이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면 더 이상 대화 분위기에 역행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미 중국이 당사자로 끼어들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터에 계속 북-미 대화를 고집하면 누가 대화의지가 있다고 믿겠는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북-미간에 진지한 대화가 가능하다면 대화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자회담 틀 안에서 북-미 대화를 할 수도 있지 않는가.

북한이 모처럼 조성된 대화의 기회를 살려 현재의 한반도 위기를 마치 일출(日出)을 앞둔 어둠 같은, 희망적인 징조로 만드는 데 동참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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