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대표, 청와대 386참모 겨냥 파문

  • 입력 2003년 7월 24일 18시 26분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여권 내부에서 ‘386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24일 사실상 청와대 386참모들을 겨냥해 문책인사를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 대표는 24일 고위당직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집권 초기 당정간 협의와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당에서도 이에 맞는 인사개편이 이뤄져야겠지만, 청와대에서도 당정 협의에 어긋나는 일을 자제시키고 문책인사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 진의를 묻는 질문에 “필요하면 조치하라는 뜻으로, 특정 사안을 놓고 말한 것이 아니라 원론적으로 얘기한 것이다”며 “지금 다 까발릴 수는 없지만, 나중에 하나씩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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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 대표의 한 측근은 “정 대표는 굿모닝시티 사건 검찰 수사에 주류 중진들의 물갈이를 겨냥해 청와대 386참모들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며 “정 대표가 말한 문책인사는 음모론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들 386참모를 정리하라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청와대 386참모들이 검찰 내 인맥을 통해 굿모닝시티 사건 수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정황증거도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측이 ‘386음모론’을 기정사실화하며 문책 공세를 한 데 대해 김원기(金元基) 고문 등 민주당 주류 중진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주류 중진들은 ‘386음모론’의 현실적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 대표의 문제 제기가 당-청(靑) 대립을 넘어서 여권 분열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 주류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안희정(安熙正)씨의 ‘세대교체’ 발언, 굿모닝시티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언론보도 문제 등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386 실세들이 주류 중진들을 제거하고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진들로서도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발언 직후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대선자금 공개 문제와 새만금사업 중단 판결 대책 등에 관해 당정협의가 미비한 점을 원론적으로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낙연(李洛淵) 대표비서실장은 “제약없이 해석하라”고 말했다.

한편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시내 모처에서 정 대표와 1시간가량 만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검찰의 태도에 정 대표가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고, 청와대가 검찰의 행동에 제동을 걸 수도 있지 않느냐 하는 서운함도 갖고 있었다”며 “문책인사를 언급한 것은 특정인을 거론한 게 아니라, 다음달에 청와대 인사를 한다니까 잘 하라는 취지였다”고 진화에 나섰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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