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체결 50주년]“北核개발 중단” vs “주한미군 철수”

  • 입력 2003년 7월 27일 19시 03분


정전협정 체결 50주년인 27일 오후 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임진각에서는 진보단체와 보훈단체의 기념행사가 각각 열렸다.

임진각 나들이길 시민들은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대한 양측의 상반된 시각을 지켜보며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는 회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1시부터 미얀마 아웅산 순국외교사절 위령탑 앞에서 태극기를 앞세운 채 정전 5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전쟁으로 자식과 부모를 잃은 유족회 회원들은 6·25전쟁이 끝나고 정전협정이 맺어진 지 50년이 지났지만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기는커녕 북핵 문제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김정일 정권은 핵개발을 즉각 중단하라”, “북한 핵무장 도와주는 현금 대북지원 중단하라”, “북한은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송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유족회 정병욱(鄭炳旭·53) 회장은 “북한 핵이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데도 미군 철수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자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회는 이날 0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휴전선과 인접한 도로를 따라 임진각에 도착했으며 점심은 전쟁의 참혹함을 떠올리며 주먹밥으로 대신했다.

반면 통일연대와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한총련 등 7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반도 평화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파란색 한반도기를 흔들며 “정전협정 폐기하고 평화협정 쟁취하자”, “주한미군 몰아내고 한반도 평화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 단병호(段炳浩) 위원장은 “미국은 이라크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한반도의 위험은 북핵이 아니라 미국의 제국주의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표는 “노무현 정권이 미국의 미군 재배치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를 빌미로 첨단 무기 구매에 나서고 있다”며 “평화를 위해 미군은 이 땅에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이날 수백명의 경찰을 배치해 불상사는 빚어지지 않았으나 임진각에서 양 대회를 지켜보던 일반 시민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과 함께 임진각을 찾은 정모씨(38·경기 고양시)는 “현재 한반도의 상황이나 북핵을 바라보는 보수, 진보의 시각이 이처럼 상반된 줄은 몰랐다”며 “진정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먼저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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