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고문은 “노 대통령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위기를 위기라고 진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99년 옷 로비 의혹 사건을 ‘위기’로 인식하지 않았다가 임기 내내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체성의 혼란’도 잘못의 하나로 꼽았다.
그는 “햇볕정책의 자산은 승계하지 않으면서 한계만 극복하려 하니, 한나라당의 (냉전적인) 대북정책과 다를 바 없게 돼 버렸다”며 “미국의 강경파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리고 주한미군을 재배치한다며 겁주니까, 놀라서 너무 쉽게 굴복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급격한 정체성 변화가 지지층의 이탈만 가져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고문은 이어 “노 대통령이 정체성과 원칙을 상실하면서 ‘미국 가면 미국 쇼크, 일본 가면 일본 쇼크, 중국 가면 상하이(上海) 쇼크, 재벌 만나면 재벌 쇼크’ 등 쇼크만 받지, 국정 위기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 정말 위기다. 노 대통령이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면, 반대세력은 좋아할지 몰라도 나라는 정말 어려워진다. 노 대통령이 잘 돼야 (같은 개혁세력인) 김근태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를 걱정할 만큼 심각한 위기라는 것이냐”는 확인 질문에 “그렇다. 정말 위기이다. 노 대통령의 지지층이 거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지난 대선 승리 요인을 중요도로 보면 후보단일화-민주당 후보-영남출신-옳은 길을 살려고 노력한 개인적 자세의 순서”라며 “그러나 노 대통령은 그 순서를 ‘거꾸로’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지지층인 평화개혁세력의 결집과 통합을 통한 총선 승리를 생각하지 않고 ‘개혁신당’에 집착하는 태도가 현재의 위기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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