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우 칼럼]저문 강에 미움을 씻고

  • 입력 2003년 8월 1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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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젊은 시절에 좋아했던 정희성 시인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첫 구절이다. 시가 읽는 이의 감성을 좇아 마음에 와 닿는 것이라면 그 무렵 내게 있어 ‘씻고 퍼다 버리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했을까. 시는 읽음으로써 족할 뿐 거기에 굳이 해석을 붙일 필요는 없을 터이다. 다만 박정희 시대 말기의 암울했던 세상에서 그것이 무언가 자기정화(自己淨化)의 느낌을 안겨주었던 것만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제 몸 베는 도덕성의 칼▼

흐르는 것이 물뿐은 아니듯 세월이 흘러 박정희, 전노(全盧), 양김(兩金)의 시대가 가고 노무현의 시대가 열렸다. 이른바 ‘세대혁명’이라 불린 노무현의 승리는 변화가 늘 그렇듯이 설렘과 불안감을 동반했다. 인간의 본성에 내재한 이 이중적 반응에서 설렘의 희망을 구체화하고 설득과 포용으로 불안감을 잠재우는 것이 노무현 시대에 요구된 리더십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변화에 대한 설렘은 읽었으나 그에 따르는 불안감은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전자는 우리 사회의 진보적 비주류이고 후자는 보수적 주류로서, 후자의 주도권을 전자가 빨리 빼앗아오지 못하면 실질적 변화는 이뤄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지난 6개월의 조급함과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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