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씨의 한 측근은 12일 권씨의 ‘폭탄선언’ 가능성에 대해 “그런 것은 없다. 현대로부터 1000원 한 장 받은 게 없는데, 폭탄발언을 하고 말 게 없다”며 “권노갑 리스트 같은 것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럼에도 권씨가 돈의 사용처를 공개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계속 나돌고 있는 이유는 세 번째 구속 위기에 처한 권씨의 ‘심경’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 전언 때문이다. 권씨는 11일 저녁 검찰에 긴급 체포된 뒤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수면제를 먹고 조사실에서 잠을 잤다는 후문이다.
동교동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권씨가 현대 비자금을 받았다고 시인하는 순간, 평소 그가 주장해 온 ‘(정치자금) 정거장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돈이 흘러들어간 ‘기착지’를 동시에 밝힐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동교동계 의원들이 이날 의원총회장에서 “권씨는 당과 후배를 위해 헌신적으로 정치를 해왔다”(김옥두·金玉斗 의원) “할 말은 많지만 나중에 하겠다”(최재승·崔在昇 의원)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당 내에서는 권씨가 총선지원뿐만 아니라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한 점을 들어 현 정권의 ‘핵심부’를 겨냥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권씨는 특히 일부 소장파 의원들의 총선자금뿐만 아니라 사무실 운영자금까지 지원하는 등 다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교동계의 한 중진의원은 “영입인사 가운데는 당에 자리를 주고 사무실도 얻어주었는데 사무실 운영자금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2000년 총선 당시 격전지로 분류된 지역구의 초재선 의원들과 당 이미지 쇄신을 위해 영입했던 정치신인들의 기류는 더욱 무겁다.
당시 ‘실탄 지원’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 초선 의원의 측근은 “당 차원에서 적극 후원했던 일부 후보는 많게는 15억원까지 지원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씨로부터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다수 의원들은 “당 차원의 적법한 돈만 받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