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혼란오면 권한 법대로 행사”

  • 입력 2003년 8월 20일 18시 50분


노무현(盧武鉉.사진) 대통령은 20일 “진짜 국가가 혼란스럽고 위험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국민이 위임한 대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과 권력을 법대로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세계 51개국의 재외동포 지도자 339명을 청와대 연무관으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였다. 이때 노 대통령의 표정과 어조가 사뭇 비장한 탓에 참석자들간에는 뭔가 ‘특단의 조치’를 구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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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일자 노 대통령은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는데도 정부가 옛날처럼 즉각 힘으로 개입하지 않으니까 사회질서가 흔들린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정말로 국가 운영이 혼란에 빠지는 상황이라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다할 테니 안심하라는 뜻으로 한 얘기다”고 해명했다.

사회 갈등 현안에 대해 정부가 먼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얘기였다는 것이다.

실제 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이 정당과 국회를 지배하지 못하고 검찰과 국가정보원을 장악하지 못해 국정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지만 힘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공권력을 먼저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며 법과 원칙이 확립된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바꿔나가겠다는 심정을 헤아려 달라”면서 “새로운 질서를 수용하기가 대통령인 나도 힘들지만 과도기적 질서로 이해해 나가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당과 국회 관계에 대해서도 “지난해 대선 때 정당을 매개로 국회를 지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이것이 시대의 흐름이고 미국의 대통령제와 비슷해지는 것이다”며 ‘당정분리’에 따라 국정 장악력이 떨어진 것을 혼란이 아닌 정상화 과정으로 봐달라고 요청했다.

대(對)언론관계에 대해선 “이런 말은 또 안 하려고 했는데…”라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언론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보이고 속수무책으로 공격받는 모습을 보면서 대통령의 약한 모습이라고 느끼는 분들이 있지만 이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검찰과 정치권의 대립 양상에 대해 “검찰 수사의 성역이 없어지면서 정치권도 공격을 받자 국정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검찰도 독립과 중립을 지킬 충분한 자질이 있다”며 검찰 쪽의 손을 들어줬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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