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日피랍가족 송환추진 배경]核-일본인납치 동시에 해결

  • 입력 2003년 8월 20일 18시 57분


북한이 피랍 일본인 가족을 일본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핵과 일본인 납치문제를 동시에 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중단된 일본과의 수교교섭을 재개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에 정통한 일본의 소식통이 밝힌 북한측의 일정은 △만경봉호 25일 니가타 입항 △27일 베이징 6자회담 △북한 건국기념일 9월 9일 행사 △9·17 평양선언 1주년 때 양국선언 재확인 △이 시기를 전후한 일본인 가족 귀국 △북-일 수교회담 재개 순이다.

물론 북한의 주관심사는 핵이고, 주된 상대도 일본이 아닌 미국이어서 6자회담시 미국과의 대화에 전혀 진전이 없으면 일본 관련 일정도 변경될 소지가 있다.

우선 북한은 27일 열리는 6자회담 테이블에서는 북핵 문제만 다룰 것이라는 게 북한 소식통의 전망이다. 납치문제를 동시에 다루려는 일본의 요구는 중국 러시아 등 다른 참석국의 반대를 이유로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랍자 가족 송환에 관한 여론 압박이 심각한 일본 정부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6자회담 중 일본과 비공식 양자회동을 갖고 송환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19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일본이 납치문제를 거론하면 6자회담은 실패할 것”이라는 러시아 소식통의 경고를 전했다. 결국 북한은 핵을 주제로 한 6자회담, 납치문제와 수교회담 속개 등에 관한 일본과의 비공식 접촉을 병행해 양국 모두 체면을 살리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 소식통은 일본인 잔류가족 7명이 귀국할 때 만경봉호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일본 공안당국 관계자도 “만경봉호 이용에 대해 여론이 나쁘겠지만 피랍자 가족의 귀국이 더 중요해 결국에는 여론도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0일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로서도 최근 악재로 ‘총재 재선-총리 재선’이란 목표에 차질이 생긴 만큼 대북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북한과 일본의 사정이 맞물리면서 양국이 납치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 것으로 북한 전문가는 분석했다.

일본인 납치 등 북일 관계 최근 일지
2002년 9월 17일북-일 정상 ‘평양 선언’ 발표. 13명 피랍자 중 5명 생존 확인
10월 15일피랍 생존 일본인 5명, 일주일가량 체제 예정으로 일시 귀국
10월 16일미, “북한, 핵개발 계획 추진 인정했다” 발표
10월 21일일 정부, “가족 요망 따라 피랍자 영구귀국 조치” 밝혀
10월 29일북-일 수교회담 2년 만에 재개. 피랍자 자녀문제로 결렬. 이후 중단
12월 12일북한, 핵 관련 시설 재가동 선언
2003년 1월 10일북, NPT 탈퇴 선언
1월 15일북한 만경봉호 니가타 출항. 이후 일본이 공작활동, 미사일 부품밀수 의혹 등 제기하며 선박 검사 강화하자 운행 중단
4월 23일북핵 3자 회담 개최
7월 28일북, 일본 민간단체 대표에 피랍자 자녀 면담 허용. 안부편지 전달
8월 25일만경봉호 7개월여 만에 운항 재개(예정)
8월 27일북핵 6자 회담 개최(예정)
9월 17일평양선언 1주년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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