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의 말처럼 대구 유니버시아드의 공식 정부 당국자는 대회조직위원장. 이날 그의 회견 내용은 조 위원장이 발표해도 문제가 없는 사항이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체육 주무 장관이기 때문에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의 이날 발표는 북한 선수단 전극만 총단장이 책임있는 남측 당국의 사죄 등을 요구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전 총단장은 전날 “남측은 (24일 충돌사태와 관련해 요구한) 사죄와 주동자 처벌 등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하지않고 있다”며 “사죄와 재발방지 등에 대한 담보가 없으면 대회에 참가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이 장관의 입장 표명이 있은 뒤인 이날 오후 전 총단장은 남은 대회에 계속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장관은 “청와대와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장관의 브리핑 내용까지 청와대와 조율하지는 않는다. 이 장관의 소신 답변이 아니겠느냐”면서 “다만 유니버시아드의 성공적인 개최에 어긋나는 행동은 보수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자제하자는 게 국민 여론이고, 청와대도 같은 입장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 다시 정치집회가 열리면 강력 대처할 것인가.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쿠르드족이 터키선수단 앞에서 시위를 하자 미국 경찰은 이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여론도 이를 지지했다. 우리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단체와 북한기자의 충돌이 있었던) 미디어센터 앞 집회 허용은 적절치 않았다. 분쟁 당사국이나 민감한 나라 선수단이 와 있을수록 이에 대처했어야 했다.”
―북한 선수단도 남한 체제의 다양성을 이해하려고 해야 하고 우리측도 그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조직위원회에서 많은 이해를 시키고 있다. 북측이 과민하게 반응한다고들 하지만 어디까지나 1차 원인 제공자는 우리다. 스포츠행사에서 정치 의사표시 자제는 상식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문제를 남북한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북한 선수단이 서울시청 앞 행사를 이유로 오지 않겠다고 한 것은 정치적 행위가 아닌가.
“북한이 참가하기 전의 일이므로 그 말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북측은 ‘사죄’라는 단어를 썼는데….
“‘사죄’라는 단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오늘 일부 신문 1면에 ‘사죄 안하면 북 경기불참’이라고 크게 보도됐던데 이런 식의 보도는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앞으로 국제스포츠행사를 치르는 데 어려움을 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지 않다. 북한 태도와 상관없이 우리가 시정해야 할 것은 시정해야 되고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조직위원장이 이미 유감표명을 했는데 장관이 또 입장 표명을 하는 이유는….
“우선 이번 유니버시아드를 원만하게 끝마쳐야 되고 앞으로도 동계올림픽 유치 등 여러 주요 국제대회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내부적으로 ‘스포츠행사에서는 정치적 의사표시가 자제되어야 한다’는 상식이 국민적 공감대가 됐으면 하는 측면도 있다.”
김화성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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