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盧 소신 너무 강해 개선 어려워”

  • 입력 2003년 8월 27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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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은 27일 창간한 인터넷매체 ‘업코리아’(www.upkorea.net)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대해 “아직도 불안하다”고 우려하면서 우리 사회 일부의 ‘통일 지상주의’ ‘배타적 민족주의’에 대해 심각한 성찰을 촉구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업코리아’ 대표인 안병영(安秉永) 연세대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의 소신이 너무 확고해 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걱정했다.

김 추기경의 이 같은 발언은 6월 23일 본보와의 인터뷰 때보다 한층 더 깊은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당시 김 추기경은 “지금 우리는 망망대해에서 태풍을 만난 배와 같아 노 대통령이 중심을 잡아줘야 하고 국민 모두에게 자신의 말을 믿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추기경은 또 남북경협과 햇볕정책에 동참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비극적 죽음을 계기로 햇볕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햇볕정책으로 인한 남남갈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뒤 “남북화해와 협력은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이념과 국민적 공감이 함께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통일 지상주의’를 경계하며, ‘어떤 통일’인가를 묻지 않는 ‘몰(沒) 체제적’ 통일론은 분명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추기경은 “남북화해의 가장 큰 열쇠는 신뢰형성”이라며 “남북 만남의 마당을 북의 선전장이나 북의 입지 강화의 자리로 삼는 것을 지양하고, 진실이 바탕이 될 때 상호간의 신뢰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어 “배타적 민족주의에서인지 일부 젊은이들이 극단적으로 반미, 친북 경향을 보여 마음이 어둡다”며 “한총련 일부 학생들이 미군 사격훈련장에 기습 진입한 것은 크게 잘못한 일이며, 정부도 이들에게 유화책으로 일관하기보다 분명한 선을 그을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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