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4개월 신당협상 물거품]“이젠 결별만 남았다”

  • 입력 2003년 8월 27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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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맨하탄호텔에서 당무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제기자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맨하탄호텔에서 당무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제기자
민주당의 신당논의가 갈수록 오리무중에 빠져들고 있다.

4개월 동안 질질 끌어온 신당 논의를 종결하기 위해 27일 벌어진 주류 비주류간 막판 담판이 결국 무위로 끝남에 따라 양 진영이 이제 각각 ‘제갈길’을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이날 조정대화기구 모임에서는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진로를 최종 결정하자는 신당파의 주장과 전대를 열 경우 아예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이를 신당수임기구로 삼자는 비주류측 주장이 팽팽히 맞선 끝에 합의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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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파는 이미 독자 신당 추진에 돌입할 태세다. 이들은 일단 28일 당무회의를 열어 표 대결을 통해 전대 소집 안건을 처리한 뒤 추석 전에 전대를 소집해 신설합당이냐 흡수합당이냐에 대한 당의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류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당무회의에서 전대 소집안이 통과될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비주류측이 ‘실력저지 불사’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양측간의 물리적 충돌로 아예 의안상정조차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신당파 내에서는 “회의장을 바꿔서라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나오고 있다.

신당파는 당무회의에서 전대 소집 안건 처리가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대의원 3분의 1의 서명을 받아 독자적으로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한다는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비주류측의 동의 없이 신당파가 독자 전대를 연다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기남(辛基南) 이호웅(李浩雄) 의원 등 강경파 일부는 “다른 길이 없다”며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단계적 탈당, 혹은 집단 탈당 시나리오가 심도 있게 논의돼 왔던 것으로 알려져 분당의 조기 현실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물론 강경파 의원들도 고민이 적지 않다. 탈당 동반자가 많지 않을 경우 자칫 정치적 미아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강경파 의원은 “당내 합의를 통한 신당 추진이 끝내 물거품이 될 경우 역사적 대의와 원칙에 따라 결단을 할 것”이라면서도 “당에 남아 있어도 부담이고 나가는 것도 부담이다. 딜레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선 신당파가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신당파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사정이 제각각이고 신당 추진에 대한 의지도 의원마다 다른 데다 아직 총선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앞으로 정세를 보아가며 신당 논의를 재점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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