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행자 해임안 처리싸고 대치정국

  • 입력 2003년 9월 1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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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대치양상이 심상치 않다.

한나라당은 3일 단독으로라도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다는 강경방침인 데 반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해임안이 통과되더라도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 경우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몰아가야 한다는 초(超)강경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정국이 급냉각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강경한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1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의원들 가운데 개인적인 견해 차이를 이유로 당론에 따르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본다"고 이탈 표 방지를 촉구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도 "우리 당 의원들 가운데 단 1명도 등 뒤에서 총을 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에 앞서 홍 총무 등 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 당 소속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해임건의안 찬성 당론에 따를 것을 요청하고 다짐을 받았다.

당내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해임건의안 통과를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당 지도부 전원 사퇴를 요구할 방침이어서 지도부는 이 문제 처리에 사활이 걸린 셈.

한편 한나라당의 강공드라이브는 표면상 한총련의 미군 장갑차 점거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지만, 그 속내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 주무 장관의 정치적 중립을 문제삼아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설득에 나선 청와대= 노 대통령은 이날 해임건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되자 "(해임해야 한다는) 이유를 납득할 수는 없지만 국회의 위상을 존중해 최대한 설득 노력을 다해달라"고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청와대는 일단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지 않도록 개별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되, 만일의 경우 국회에서 가결될 경우에는 이를 수용하지는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 엇갈리는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한나라당이 새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에서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낸다는 것 자체가 민생을 외면하고 국회를 정치 투쟁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투표 저지를 위한 물리적 저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태. 다른 관계자는 "김 장관에 대한 당내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소속 의원들의 통일된 행동은 기대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귀띔했다. 한 소장파 초선 의원은 "김 장관이 한총련 문제와 전북 부안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미숙함을 볼 때 더 이상 장관직 수행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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