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검토 단계에선 그랬습니다.”(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
“그런데 미국과 일본의 반대로 ‘동시적’을 ‘병행적’으로 바꾼 것이죠.”(김 의원)
“그렇습니다. 미일과의 사전 협의 과정에서 ‘동시적’이란 표현이 오해를 가져올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이 차관보)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이 6자회담 결과를 보고한 1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이처럼 ‘병행’과 ‘동시’란 단어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마치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 자구(字句) 심사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정부의 검토안에 왜 북한이 좋아하는 ‘동시적’이란 표현을 포함시켰느냐. 북측을 너무 의식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의원은 “북측과는 다른 의미에서, 우리도 ‘동시’란 말을 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고, 한나라당 탈당파인 무소속 이부영(李富榮) 의원도 “동시란 말을 쓰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거들었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법률적으로 보면 ‘동시 이행’은 나만 이행하고 상대가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그에 대한 제재를 주장할 수 있는 항변(抗辯)적 권리가 있는 것이다. 반면 ‘병행’은 그런 법률적 의무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나름의 해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은 6자회담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간 동시 이행 원칙’을 주장한 반면, 한미일 3국은 ‘병행적 해결 원칙’을 내세웠기 때문에 두 단어의 정확한 차이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졌기 때문.
이 차관보는 “북한이 사용하는 ‘동시’는 같이 시작해서 같이 끝내는 ‘시간적 요소’가 강한 반면, ‘병행’은 ‘동시’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라며 “6자회담장에서 ‘동시냐, 병행이냐’는 중요한 토론 대상도, 깊은 분란의 소지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주최국 중국이 발표한 회의 요약문에는 ‘동시 행동 또는 병행 실시’라고 두 가지 표현을 다 적어 놓았는데, 앞으로 이 같은 차이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회담이 열리면 이에 대해 명확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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