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前 美국무 “金正日, 중국식 개방 관심 없다”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50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중국식 개방에는 관심이 없고 전통적인 왕권을 유지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킨 태국식 모델에 관심이 있다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66.사진)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밝혔다.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0년 10월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두 차례 만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곧 출간될 회고록 ‘마담 세크리터리(Madame Secretary)’에 이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월간지 ‘베니티 페어’가 1일 공개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서구식 개방은 원하지 않으며 북한식 전통을 유지하는 데 해롭지 않은 개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시장경제와 사회주의가 혼합된 중국식 개방에는 관심이 없으며 전통적 왕권이 강력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독립을 유지하고 경제도 발전시킨 태국 모델에 깊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또 “북-미 양측이 진정으로 솔직하게 협상한다면 해결되지 않을 게 없다”면서 “북-미간 신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군부가 반으로 갈라져 있고 외무성에도 반대파들이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냉전시대와 달리 미군은 이제 한반도 안정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빨리 무너질 나라가 아니며 미국은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1994년 협상 때처럼 진지하게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말 북한을 방문해 미사일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중동 평화협상이 난관에 부닥쳐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대신 김 위원장을 미국에 초청했으나 북한이 거절했다”고 공개했다.

이 밖에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열흘에 한번꼴로 최신 영화를 골라보고 특히 아카데미상 수상작을 좋아한다고 말했다”면서 “북한에 컴퓨터가 수십만대 있으며 자신도 3대의 컴퓨터를 사용해 인터넷을 한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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