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헌법은 또 ‘해임 건의를 위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63조 2항)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에 따른 구체적인 처리 절차는 정해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학계나 정치권 모두 ‘정치적 구속력’이 있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법적 구속력이 있느냐’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수용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이 없는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당한 헌법적 권리”라고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해임 건의안은 3권분립 정신에 따른 대통령과 내각에 대한 국회의 견제권”이라며 ‘구속력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헌법학자들은 국회 해임 건의권이 이런 논란을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 있는 조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허영(許營) 명지대 법학과 초빙교수는 “해임 건의권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헌법 체계상 맞지 않는다.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사항이지 법적으로 강제할 근거가 없다. 정치적 구속력만 있는 이 규정 자체가 내재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한나라당도 ‘법적 구속력’을 원했다면 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내는 것이 법리상 옳다”고 덧붙였다.
국무위원의 탄핵 소추도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탄핵 소추가 결정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직무가 정지되도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는 것.
한편 국회의 한 관계자는 “해임 건의안이 탄핵 소추안과 마찬가지로 ‘재적의원 과반수 의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법적 구속력’ 못지않은 ‘정치적 무게’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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