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윤외교에 "내친구는 어떻게 지내십니까 , 그를 좋아한다"

  • 입력 2003년 9월 4일 14시 42분


"내 친구는 어떻게 지냅니까. 그를 좋아합니다.(How is my friend doing? I like him.)"

3일 오후 3시반경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선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안부를 물으며 던진 첫 질문이었다.

윤 장관은 오후 3시10분경 국무부에 도착해 콜린 파월 장관과 잠시 환담한 뒤 함께 차를 타고 백악관을 방문, 부시 대통령과 약 20분 동안 만났다. 이 자리에는 파월 장관만 배석했고 통역이나 한국측 기록자도 없었으며 사진촬영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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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독대' 기회를 준데 대해 윤 장관은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신뢰 표시이며 한미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로 본다"고 해석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외무장관을 집무실에서 단독으로 만난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주미 대사관 관계자들은 말했다. 외무장관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방문했다가 대통령을 잠시 만난 경우가 있을 뿐이라는 것.

윤 장관은 부시 대통령과 한국의 경제상황,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그리고 북핵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윤 장관이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500명의 북한 선수와 응원단이 왔다고 얘기하자 한국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관심을 보였다는 것.

이어 윤 장관이 남북한 경제교류와 개성공단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자 부시 대통령은 "흥미 있다(interesting)"고 말했다고 윤 장관은 전했다.

윤 장관은 "부시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특별한 주문을 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는 "93~94년 외무장관 시절 백악관을 방문했다가 안보보좌관실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을 여러 번 만나 대화한 적은 있다"면서 "그러나 국무장관의 안내로 대통령과 집무실에서 단독으로 만난 것은 이례적이며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 장관은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이 쏟아지자 "계속하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게 될지 모른다"며 20분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부시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에 궁금증을 남겼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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