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춤의 개발과 연구에 열심이라고 한다. 춤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무보(舞譜)를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며, 월북한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와 그 제자들의 영향 아래 상당한 기교적 발전을 이룩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북한 춤은 최승희 춤의 여성적 매력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북한 춤은 한국 춤은 물론 발레와 현대무용 등 서양 춤에도 열린 사고를 갖고 있던 최승희의 진보성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북한 춤의 부자연스러움은 단순히 의상이나 무대장치의 낙후성보다 소재와 내용의 빈곤에서 찾을 수 있다. 춤의 내용과 의미가 주체사상에만 고정돼 있다 보니 형식적 측면, 즉 기교만 어지럽게 발달한 것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무용수들의 테크닉이 아무리 현란해도 소재의 풍부함이나 표현의 세련미가 없다면 우스꽝스러워 보일 뿐이다.
춤 역시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예술의 하나인지라, 그 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적 토양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춤은 그 사회의 시대정신을 담지 못했다는 이유로 철학자들에게는 하급예술로 치부됐다. 그러나 동시에 춤은 그 시각적 효과와 감성적 전이성(轉移性)으로 인해 정치적 종교적 목적을 띤 선전물로 즐겨 이용되기도 했다. 춤에 대한 이런 비판들은 진지함이 결여된 채 과장된 율동만 나열하는 듯한 북한 춤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인형 같은 율동이 아니라 북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담긴 ‘살아 있는 춤’을 보고 싶다.
제환정 무용평론가·‘불멸의 춤 불멸의 사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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