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포석 人事의 세계]권력기관-軍<중>장성급 인사

  • 입력 2003년 9월 7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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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을 통과해 장성으로 진급하면 30여가지의 영예물품을 받는 등 각종 영예가 주어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4월 군 장성 진급자 등에게 삼정도를 수여한 후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 장성으로 진급하면 30여가지의 영예물품을 받는 등 각종 영예가 주어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4월 군 장성 진급자 등에게 삼정도를 수여한 후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별을 내 어깨에.”

이렇게 말하면 90년대 후반 인기를 끈 TV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를 연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군인에게 이 말은 장성 진급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함축하고 있다. 직업 장교라면 누구나 ‘스타’로 등극하는 그날을 학수고대하기 마련.

군에서 별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30년 가까이 군생활을 한 끝에 2년 전 ‘별을 딴’ 한 육군 장성은 “한마디로 세상이 바뀌더라”고 말했다.

김대중정부 집권기간 출신고교별 장성
출신고교장성 수
광주고23
서울 성남고15
광주일고13
경북고, 전주고12
11
진주고,마산고,대전고

60, 70년대 군사정권 시절만 해도 장성으로 진급하면 ‘각하’로 불릴 만큼 명예와 권세를 누렸다. 장군이 되면 장성기와 삼정도(三精刀), 자동차에 붙이는 별판 등 30여가지의 명예물품을 받는다. 또 준장∼대장 등 계급에 따라 운전병이 딸린 1800∼2400cc급 승용차가 제공된다.

장성이라고 해서 다 같은 장성은 아니다. 어깨에 ‘푸른 견장’을 단 지휘관 장성은 수만의 병력과 장비를 보유한 대부대를 호령할 수 있다. 특히 사단장(소장)은 ‘지휘관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그러나 같은 장성이라도 지휘권이 없는 참모들은 지휘관에 비해 ‘빛이 덜 난다’. 각 군 본부의 참모차장(중장)과 참모부장(소장)들이 그런 경우다.

김대중정부 출신고교별 준장진급자
출신고교 진급자 수
광주고15
광주일고10
전주고9
경북고6
경남고3
자료:2002년 9월 국방부의 국회국방위제출자료

한국군 장성의 정원은 440여명이고 이들이 달고 있는 별의 총수는 650여개. 이 중 육군이 470여개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해군이 90여개, 공군이 80여개다.

별을 달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별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육사 출신의 경우에도 요즘은 기당 35명 정도만 별을 단다. 육사 1 기수의 인원은 250명 정도. 한 육군관계자는 “육사 30기 이전만 해도 기당 40∼50명씩 장성으로 진급했지만 갈수록 그 수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비육사의 경우는 장성 진급 경쟁률이 수십 대 1이고, 해·공군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

때문에 국방부는 현행 6년인 준장의 계급정년을 5년으로 줄이는 등 장성의 계급정년을 1년씩 줄여 다수에게 진급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내부의 반발이 만만찮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성 인사 때에는 늘 잡음이 따른다. 특히 지역편중 논란은 정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 국방부는 몇 년 전부터 장교 인사카드에 본적란을 없애는 등 ‘지역편중 방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호남편중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9월 국방부의 한 자료에 따르면 98년 이른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준장 진급자의 출신고교를 보면 광주고가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광주일고(10명), 전주고(9명) 순이었다. 반면 영남지역의 경북고와 경남고는 각각 6명과 3명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출신고교별 전체 장성 수를 보면 광주고와 광주일고가 각각 23명과 13명이었다. 또 육사 30기의 경우 대령→준장 진급비율을 보면 호남 출신은 28명 중 17명이었지만, 영남은 50명 중 11명에 불과했다. 핵심 요직인 기무사령관(중장)의 경우 김대중 정부하에서 3명 모두가 호남 출신이었다.

지역편중 시비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육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별을 달지 않으면 영영 끝일 수 있다’는 진급희망자들의 조바심과 ‘힘 있을 때 내 사람 챙기자’는 권력실세의 욕심이 맞물려 무리수와 반칙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논란이 전부는 아니다. 진급 대상인 남편 몰래 인사권을 쥔 상급자의 부인을 상대로 청탁을 하거나 아예 상급자 부인이 하급자 부인에게 거액의 ‘진급알선료’를 요구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일부에선 준장 진급에 1억원 이상이 오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며 “이렇게 진급한 인사는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뒷돈’을 받는다는 게 정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대의 문제는 역시 ‘권력 유착’이라는 게 군 내의 일반론이다. 한 육군 장성은 “정권과 지역갈등을 악용한 정치인을 등에 업고 별을 단 뒤 부하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한 일부 군 인사들이 군을 망친 주범”이라며 “군을 정치권과 영원히 격리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인사개혁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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