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임처리’ 미루기 당당치 않다

  • 입력 2003년 9월 7일 18시 19분


노무현 대통령이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에 국정감사 이후 수용 여부를 밝히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은 당당치 못한 일이다. 그럴 경우 해임안 국회통과 이후 거의 40일간 결정을 미루는 셈인데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 하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해임건의에 대해 법적으로 정해진 수용시한은 없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상식과 순리가 있는 법이다. 대통령의 결심이 섰으면 가부(可否)간에 빨리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게 국정 안정에 도움이 되지 그처럼 미뤄서야 정국 혼란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해임안이 통과된 장관이 국정감사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겠는가. 국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당장 한나라당은 ‘김 장관이 국회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장관의 거취가 어정쩡한 마당에 행자부인들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노 대통령은 ‘해임안을 받아들이더라도 호락호락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또 무슨 뜻인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할 국사(國事)에 대통령의 감정이 실린 것처럼 비치는 것은 좋지 않다.

김 장관이 피해자임을 부각시켜 내년 총선에 활용하려 한다면 이는 해임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잘못된 일이다. 실제로 권력주변에선 연일 해임안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김 장관을 감싸는 듯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는 ‘그를 자르더라도 몸값을 높여 자를 것’이라는 얘기도 파다하다고 한다. 김 장관이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임을 주장하며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국회 결정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지 당사자인 장관이 시비하듯 나설 일이 아니다.

이래서는 김 장관이 장관자리에 앉아 사전선거운동을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통령의 총선 불개입 원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노 대통령은 김 장관의 해임안 처리를 미루지 말고 하루빨리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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