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건의에 대해 법적으로 정해진 수용시한은 없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상식과 순리가 있는 법이다. 대통령의 결심이 섰으면 가부(可否)간에 빨리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게 국정 안정에 도움이 되지 그처럼 미뤄서야 정국 혼란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해임안이 통과된 장관이 국정감사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겠는가. 국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당장 한나라당은 ‘김 장관이 국회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장관의 거취가 어정쩡한 마당에 행자부인들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노 대통령은 ‘해임안을 받아들이더라도 호락호락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또 무슨 뜻인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할 국사(國事)에 대통령의 감정이 실린 것처럼 비치는 것은 좋지 않다.
김 장관이 피해자임을 부각시켜 내년 총선에 활용하려 한다면 이는 해임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잘못된 일이다. 실제로 권력주변에선 연일 해임안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김 장관을 감싸는 듯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는 ‘그를 자르더라도 몸값을 높여 자를 것’이라는 얘기도 파다하다고 한다. 김 장관이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임을 주장하며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국회 결정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지 당사자인 장관이 시비하듯 나설 일이 아니다.
이래서는 김 장관이 장관자리에 앉아 사전선거운동을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통령의 총선 불개입 원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노 대통령은 김 장관의 해임안 처리를 미루지 말고 하루빨리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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