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변화에 北도 호응하라

  • 입력 2003년 9월 7일 18시 19분


미국의 북한 핵문제 해결전략이 강경대응에서 온건정책으로 선회하는 듯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베이징 6자회담이 끝난 뒤 본란에서 촉구한대로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타협과 양보’가 필요하다. 아직은 미국만의 변화지만 희망을 갖게 하는 방향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미 언론에 의해 간접적으로 알려지기는 했으나 미국의 변화가 사실이라면 그 의미는 매우 크다. 뉴욕 타임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단계적 대북제재 완화에서 시작해 마지막 단계에서 북-미 평화조약을 체결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 또한 ‘북한이 제시한 단계적인 핵 프로그램 폐기조치에 맞춰 상응하는 보상을 해 준다’는 건의를 했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는 ‘대북정책의 중대한 변화’라는 표현으로, 워싱턴 포스트는 ‘대북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입장의 완화’라는 말로 미국의 변화를 묘사했다.

북-미가 지금까지 벌인 공방의 핵심은 ‘불가침조약 체결’ 여부와 ‘선(先) 핵 폐기, 후(後)지원’ 논란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북한은 불가침조약을 체결해야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반박해 왔다. 부시 대통령이 평화조약을 언급하고, 핵 폐기에 대한 보상문제 또한 미국이 북한의 ‘단계적 동시행동 방식’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북-미 양측이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미국의 변화에 호응해야 한다. 미국의 전향적인 움직임에 상응하는 대응을 함으로써 견해차를 줄이는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마침 북한은 내일 정권수립 55주년을 맞는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핵무기나 미사일 실험을 하는 등의 위협적인 행동을 할 것이 아니라 대화 의지를 구체적으로 천명하기를 바란다. 북한은 대결이 아니라 대화로 흐르고 있는 현재의 기류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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