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관 고검장 '盧비판' 파문]靑 “검사가 정치하려해” 李“아니다”

  • 입력 2003년 9월 7일 18시 30분


청와대는 7일 이범관(李範觀) 광주고검장이 검찰 내부통신망 기고를 통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검찰 관련 발언을 비판한 데 대해 “왜 검사가 정치하려 하느냐”며 발끈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전남 광양을 방문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아들도 별 것 아닌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언급한 데 대해 “과거와 달리 사회가 투명해지고 검찰도 바뀌고 있다는 취지”라며 “이런 취지를 모를 리 없는 이 고검장이 대통령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뒤 왜곡된 전제 아래 비판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 고검장이 내년 총선 때 고향(경기 여주)에서 출마하려고 한다”며 이 고검장의 발언을 평가절하했다. 총선 출마를 앞두고 ‘몸값을 불리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언급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민정비서관을 지낸 이 고검장이 자신의 발언이 미칠 파장을 모를 리 없다는 점을 밑자락에 깔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옹졸함을 보여준 극치”라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청와대측을 비판했다.

검찰 출신인 원희룡(元喜龍) 기획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와대가 입만 열면 검찰 독립을 외치다가 이제 와서 검찰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 것은 검찰을 보는 ‘이중잣대’를 드러낸 것”이라며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의 비리사건이 별 것 아니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배치된다”고 질타했다. 안상정(安相政)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정당한 비판을 수용하고 감내하지 못하는 집권세력 특유의 편협함과 옹졸함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일국의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아들들의 파렴치한 범죄행각을 두둔하고, 검찰을 상대로 노골적인 협박성 발언을 자행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고검장은 “검사들만 들어갈 수 있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검찰 선배로서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의견을 제시한 것뿐이었다”며 “내가 쓴 글은 정치와 무관하며, 나는 총선 출마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총선 출마설을 일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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