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9절’은 북한정권 수립 55주년. 북한은 5년 또는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에 각종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러온데다 8월말 6자회담에서 북한 대표단이 핵무기 실험을 언급해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다케우치 유키오(竹內行夫) 일본 외무차관은 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안보전략회의’에서 북한이 9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거나 핵이나 미사일발사 실험에 나설 우려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 내 일부 분석가들도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하거나 다단계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핵무기 실험보다는 덜 도발적인 미사일 발사로 ‘체면 유지’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그날(9월 9일) 무슨 일이 일어날 예정인지 알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정보위성을 통해 북한 내부동향을 파악 중이지만 연료주입 등 미사일 실험 준비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북한문제 전문가인 존 거시만은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일리가 있지만 정말 실험에 나서는 것은 아주 비합리적인 일”이라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핵무기 실험을 할 경우 미국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되고 6자회담은 무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한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넘기는 데 반대할 명분도 없어지게 된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핵 억지력을 강조한 것은 미국에 대한 주문이지 실제로 핵개발로 가겠다는 메시지로 봐선 안된다”고 해석했다.
스즈키 노리유키(鈴木典幸) 일본 라디오프레스 이사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핵실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9일 핵 보유를 공식 선언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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