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경비대 “한가위 고향 못가도 독도방위 보람 커요”

  • 입력 2003년 9월 8일 18시 26분


추석을 사흘 앞둔 8일 독도경비대원들이 독도 ‘한국령’ 표지석 앞에 모였다. 왼쪽줄 맨 앞이 박광민 대장. -사진제공=독도경비대
추석을 사흘 앞둔 8일 독도경비대원들이 독도 ‘한국령’ 표지석 앞에 모였다. 왼쪽줄 맨 앞이 박광민 대장. -사진제공=독도경비대
“독도 걱정은 마시고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독도를 24시간 지키고 있는 경비대원 30여명이 육지의 국민들에게 보내는 추석인사다.

대원들은 추석인 11일 아침 헬기장에 조촐한 추석 차례상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달 초 보급 받은 배 사과 포도 등 과일을 차례상을 위해 아껴 두었다. 떡 대신 따뜻한 밥을 정성껏 지어 조상님께 바칠 계획이다. 대원들은 함께 생활하는 삽살개 두 마리를 위해서도 ‘추석 특식’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추석 문안을 드릴 계획이다. 내무반에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 5대가 있다. 속도는 느리지만 전자우편을 주고받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광주 북구 오치동이 고향인 최환(崔煥·22) 일경은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지지만 말로만 들었던 독도를 지키게 되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경비대의 ‘분위기 메이커’ 안동혁(安棟爀·21) 일경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출신. 안 일경은 “사방이 망망대해인 독도 근처에서 우리들 때문에 마음 놓고 고기를 잡는 어선을 보면 내가 하는 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이제 독도는 외롭지 않다. 1999년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라는 행정구역이 생긴 이후 ‘독도리’로 호적을 옮긴 국민이 꾸준히 이어져 8월 말 현재 224가구 837명에 이른다. 이들이 1년 내내 독도에서 살지는 않지만 일부 인사가 가끔 독도를 찾기 때문이다.

경비대장 박광민(朴洸民·23·경찰대 19기) 경위는 “독도경비대에는 전국에서 모인 사나이들이 한가족처럼 뭉쳐 살고 있다”면서 “추석에도 영해를 넘는 배를 잠시도 놓치지 않고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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