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新黨 정체성 논란]“결국 노무현黨” vs “결코 NO무현黨”

  • 입력 2003년 9월 8일 18시 41분


민주당의 친노(親盧) 신당파가 추진 중인 신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중도파 의원을 포함한 당 잔류파들이 “신당의 배후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나서자 신당파가 즉각 ‘정략적 공세’라고 반박하고 나서 ‘노무현 신당’ 논란은 앞으로 신당 추진 과정에서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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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잔류파, ‘신당=노무현당’ 이슈화=당 중도파와 비주류 등 잔류파는 “신당 추진 과정에서 권력의 압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민주당 분당 사태를 방관하는 것 자체가 신당에 대한 심정적 동조를 드러낸 것이며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 2, 3명이 신당파와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조순형(趙舜衡) 추미애(秋美愛) 의원이 8일 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노 대통령이 막상 탈당하려 하니 배은망덕한 행동으로 낙인찍힐까봐 탈당은 못하고 측근들에게 은밀히 지시해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왜소화시켜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비주류측 의원들은 “신당파와 노 대통령을 ‘민주당 배신파’로 몰아세워야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의 결집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정치적 손익 계산을 깔고 이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신당파, “비 노무현 신당 만든다”=신당파는 “이번 총선은 구 정치세력 대 새 정치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며 신당은 새 정치세력의 집합체가 될 것이다”며 ‘노무현 신당’ 논란의 차단에 나서고 있다.

김원기(金元基) 창당주비위원장도 이날 “과거엔 최고 지도자가 주요한 당직자도 모르게 은밀하게 신당을 만들었지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법으로 다함께 동참하는 신당을 만들 것이다”고 강조했다.

신당파측은 특히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견인할 것은 견인하는 방법으로 신당에서 ‘노무현 색채’를 지워낸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신당파 일부에선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김근태(金槿泰) 고문을 신당 대표로 앉힐 겨우 ‘노무현당’ 논란이 더욱 수그러들 것이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신당파의 이 같은 전략에는 노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로 인해 신당추진에 ‘노심(盧心)’이 작용하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경우 총선에서 득이 안 될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노심과 민주당 탈당 가능성=청와대는 ‘신당 불 관여’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무수석실 관계자는 “신당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0월 정도로 보고 있었는데 우리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며 청와대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오히려 민주당 분당(分黨)으로 인해 앞으로 대(對) 국회 관계 등에 있어 노 대통령이 어떤 기조를 유지해야 할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탈당할 경우 사실상 신당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되고 결과적으로 신당 문제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커 고심 중이다. 반면 ‘탈당’ 카드를 통해 신당을 포함한 여야 정당 모두와 ‘등거리 정책’을 유지하며 두루 정책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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