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은 이달 말 평화자동차의 광고판 5개가 평양 간선도로에 설치되고 테크노크라트 박봉주가 총리로 등용된 것은 북한이 서서히 자본주의에 다가가고 있음(shift toward capitalism)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14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한 한국 내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소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평화자동차의 승용차 `휘파람' 가격이 미화 1만4000달러로 북한 일반 노동자 월급의 15년치에 해당하고 운전을 할 줄 아는 주민이 거의 없어 마케팅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광고판 설치 자체가 `비약적 발전'으로 받아 들여진다고 전했다.
평양 대로변에 들어선 대형 광고판은 피아트 자동차 광고와 통일교와 관련된 한국의 평화자동차 광고 등인데 이는 북한에서는 처음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지난해 7월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시장가격이 허용된 이후 식료품 가게들이 확장되고 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나 최근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에 따르면 기존 식료품 상점들은 판매품 목록에 공산품을 추가했으며 수도 평양뿐 아니라 외곽으로도 식료품 상점들이 급속히 팽창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달 초 단행된 개각에서 자유시장으로의 개혁에 관심이 큰 박봉주 전 화학공업상이 총리에 등용된 것도 경제개혁에 대한 북한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사건이라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신문은 또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북한이 미국 등 서방과 맞서고 있지만 외국 기업인과 정치 분석가,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 정부가 조심스럽지만 대담하게 자본주의의 초입에 걸음을 내디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최근 북한 정부가 단행한 일련의 조치들은 경제적 파산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실용적 노력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 전문가인 현인택 고려대 교수는 "북한 경제는 붕괴 직전이다. 북한 정부는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투자가 변화를 낳지 못하고 수익성이 없음이 입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18개월 전 평양 인근에서 자동차 조립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한 평화자동차도 당초 가동 1년만에 1000대의 `휘파람'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1년반이 지난 지금까지 판매량은 500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북한의 경제개혁이 성공하려면 일본의 금융지원, 다국적기채(起債)를 위한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핵 위기 교착상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지원을 이끌어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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