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票 여성에 쏠렸다…'여성은 여성 안찍는다' 통념 반박

  • 입력 2003년 9월 14일 18시 13분


‘여성은 여성후보를 안 찍는다.’

선거에서 여성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이유로 정당들이 답해 온 내용이다.

그러나 통념과는 달리 여성유권자의 여성후보 지지가 남성유권자의 여성후보 지지보다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계간 ‘동향과 전망’ 최근호에 김현희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와 오유석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소 교수가 2000년 16대 총선 때의 유권자 투표 성향을 분석해 기고한 ‘여성은 여성에게 투표하지 않는다?’에 드러난 것.

연구자들은 당시 수도권에서 여성후보가 출마한 7개 선거구 가운데 서울 구로 을, 도봉 갑, 경기 고양 일산 갑 등 3개 선거구에서 투표에 참여한 만 20세 이상의 남녀 624명을 표본 추출해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유권자가 여성후보에게 투표하는 정도가 남성유권자보다 1.58배 더 높았다. 응답자의 나이, 교육과 경제 수준, 결혼 여부 등 사회 인구학적 특성이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했을 때도 여성이 여성을 찍는 경우가 남성이 여성을 찍는 경우보다 1.53배 더 높았다. 여성운동에 대한 지지 등 여성관이 응답자간에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그 수치는 1.79배로 더 높아졌다. 여기에 정치적 성향까지 같다고 가정하면 여성이 여성후보를 찍는 정도가 남성이 여성을 찍는 정도보다 1.8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분석 결과는 여성유권자가 어떤 사회 인구학적 배경이나 여성관 그리고 정치적 태도를 갖든 간에 여성이라는 성적 친밀감만으로도 남성유권자보다 여성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드러낸다”며 “여성의 의회 진출을 막는 장애 요인이 여성유권자나 여성후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 공천에 인색했던 기성 정당에 있는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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