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정상회담 1돌… 수교협상 아직 ‘감감’

  • 입력 2003년 9월 16일 18시 07분


17일은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역사적 정상회담을 갖고 ‘평양선언’을 공동발표한 지 만 1년이 되는 날.

선언의 주요 내용은 △조기 수교 노력 △수교 후 일본의 경제 지원 △북한의 핵 관련 국제합의 준수 등이었다. 특히 북한이 2003년 이후에도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평양선언 직후 일본 정부와 사회 분위기는 대북 수교를 통한 동북아 긴장상태 해소를 점치는 등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뒤 미국이 ‘북한, 우라늄 농축 핵개발 시인’ 사실을 전격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또 북한에서 일시 귀국한 납치 피해자 5명을 되돌려 보내기로 한 일본 외무성이 국내 강경파의 압력에 밀려 영구귀국 조치를 하자 북측은 수교 교섭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평양선언이 사문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양국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 6자회담 때 납치문제 등을 평양선언 정신에 따라 해결할 것임을 밝혀 선언이 아직 유효함을 확인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6일 담화를 통해 “북-일 관계는 선언 발표시점에서 크게 후퇴해 악화된 상황”이라며 “앞으로 북-일관계의 개선은 일본의 과거청산 여부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북한은 핵 위기가 해소될 전기가 마련되면 곧바로 일본의 경제지원을 겨냥해 대일 접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분위기는 대북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수교협상 재개보다는 잔류가족 일본 송환과 나머지 피랍자의 사망 경위 해명에 관심을 쏟고 있다.

따라서 수교협상이 재개되려면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불가피하겠지만, 평양선언 당시 김 위원장의 공개 사과까지 있었던 만큼 북한이 납치 문제로 교섭을 결렬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북 정책에 관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일본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견제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도 앞으로 북-일 관계 개선의 변수가 된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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