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대책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 장관의 말이 아니다. 1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에 지원할 비료 10만t(총비용 320억원)과 금강산 관광사업 경비 지원금 200억원에 대한 국회의 승인을 요청하며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이 한 말이다.
정 장관은 이날 “많은 국민이 수해 피해를 겪고 있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남북협력기금을 수해복구기금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남북협력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반박하는 바람에 결국 국회의 승인 문제는 다음에 다시 논의하기로 정리가 됐다.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 의원은 이날 “지난해 수해도 복구 못한 상황에서 태풍 ‘매미’에 당한 수재민들이 절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에 비료 주고, 금강산 관광비를 지원한다면 민심이 그것을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같은 당 박원홍(朴源弘) 의원은 북한이 ‘20일까지 비료 3만t을 보내고, 9월 중 총 10만t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들며 “북측이 (남측에) 맡겨놓은 빚을 찾아가는 것이냐. 북측이 전통문 한 장만 달랑 보내면, 우린 수해로 1조원 이상의 피해를 본 상황에서도 수백억원을 보내야 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정 장관은 “태풍 피해 때문에 항만 사정도 복잡하고 수송선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부터 비료를 준비해도 10월 중에나 보낼 수 있다”며 “남측에 (지원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북측 사정도 감안해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민주당 유재건(柳在乾) 의원도 “가을철 수확기 비료를 넘겨 줄 것이라면 안 주는 게 낫다. 이왕 보낼 것이라면 제때 보내주자”며 “북측의 (불손한) 태도는 없는 사람이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것으로 이해하자”며 정 장관을 거들었다.
그러나 다른 민주당 의원들은 태풍 ‘매미’로 악화된 민심을 의식해서인지 일절 발언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북측이 금강산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쇠도 달구어졌을 때 때려야 한다”고 호소했으나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 의원은 “너무 서둘러 가면 넘어질 수 있다”고 일축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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