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국방위와 통일외교통상위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에 대한 정부의 혼선을 여야가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열린 국방위에서 민주당 이만섭(李萬燮) 의원은 “청와대 외교 보좌진은 파병에 찬성하고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은 반대하는 등 청와대 참모들도 분열돼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도대체 정부 입장이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이 의원은 “파병 결론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정국이 시끄럽고, 진보 보수가 나뉘고 할 것 같아 두렵다”고 한탄했다.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 의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의 공식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정무수석이 개인 입장을 밝히는 의도가 무엇이냐”며 “(파병 반대쪽으로)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통외통위에서도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 의원은 “대통령은 ‘신중’, 정무수석은 ‘반대’라고 한다. 또 안보보좌관은 ‘안보 상황과 관련돼 있다’고 해 뭐가 뭔지 헷갈린다”며 “가능한 한 빨리 기본 방침이라도 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종하(金鍾河) 의원은 “여론 수렴한다는 것은 말장난이다. 반은 반대, 반은 찬성이다. 나라를 끌고 가는 책임은 정부이고 대통령 아니냐”며 정부의 분명한 태도 표명을 촉구했다.
민주당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미국에서 파병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한국 정부가 국회에 요청의견을 보내지도 않았는데, 이러고저러고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한 것이 가장 돋보이는 대답”이라며 정부 당국자의 입조심을 당부했다.
이 같은 지적에 조 장관은 “(유 수석의 발언은) 아침에 신문을 보고 알았는데, 개인 의견인 것 같고…”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 문제를 다루는 당사자는 유 수석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한편 파병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입장이 엇갈려 정부가 파병 동의안을 요청할 경우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만섭 의원은 “전쟁도 끝났는데 밤낮 전투병 타령 하고 있다. 아무리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한 반면, 같은 당 최명헌(崔明憲) 의원은 “국익을 위해 파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민주당 신당파는 “성급히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19일 워크숍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경재(李敬在) 의원이 파병에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나, 대체로 파병 자체에 대한 찬반 의견 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유엔 안보리 결정 이전에 파병 여부를 결정해선 안 된다. 현지 조사도 필요하고 파병 규모와 주둔지 등에 대해 충분히 사전 협의를 거친 뒤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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